2026-03-09 HaiPress
팔순 한국화가 오용길
청작화랑서 첫 개인전
지필묵으로 풍경화 그려

오용길 '봄의 기운(40×60㎝)' 한지에 먹과 채색 2025년작.
세상이 어지러워도 봄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서울 강남의 한 갤러리에 벚꽃이 활짝 피었다. 팔순을 앞둔 원로 한국화가 오용길(이화여대 명예교수·79)은 봄의 기운이 진동하는 신작 30여 점을 소개하는 개인전을 강남구 청작화랑에서 연다. 지난해 대한민국예술원 신입 회원이 된 후 첫 개인전이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분홍빛 벚꽃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배경은 경남 거창군 덕유산 자락 병항마을에 위치한 누각 용원정이다. 그가 살고 있는 안양과 서울 삼청동의 거리 풍경도 화폭에 담겼다.
전시장에서 만난 오 화백은 자신을 "지필묵을 가지고 서양화식 풍경화를 그리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그의 작품은 수묵을 기본으로 하되 여백의 미를 중시하는 전통 산수화와 달리,서양 풍경화처럼 화면 가득 풍경을 채워 넣고 채색한다. 인상파 풍경화와 통하는 지점이다.
세필을 여러 번 쓴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한 번의 붓질 안에서 농담과 세기,속도를 조절한다. 물기를 빼 가볍게 누르면 가는 선이,물기를 넉넉히 해 붓을 꾹 누르면 굵은 선이 나온다. 그래서 그는 반드시 밑그림을 그리고 그림을 그린다.
"유화는 더하고 빼고가 다 되는데,한국화는 빼기가 안 됩니다. 잘못 칠하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돼요. 그렇다고 조심스럽게 덧칠하면 발색이 꽝이에요."
그는 비유를 곁들였다. "나물을 무칠 때 소금 간,간장 간 딱 한 번에 넣고 쫙 주무려서 끝내야지,조금씩 만지면 안 됩니다. 수묵화는 테크닉이 받쳐주지 않으면 근사한 그림을 그리기 어려워요."
용원정에 등장한 벚꽃 풍경은 사실 지난해 11월 가을에 본 장면을 바탕으로 완성됐다. 누군가 보여준 사진 속 벚꽃은 아름다웠지만 정자가 너무 가려 아쉬웠다고 한다. 그래서 아내와 함께 직접 다녀왔다. "그 가을 경치를 찍은 뒤 제 마음속에 있는 벚꽃을 입혀 봄 풍경으로 다시 그린 거예요."
27세에 국전에서 문화공보부 장관상을 받으며 일찌감치 스타덤에 오른 그는 세종대와 이화여대에서 30년 넘게 후학을 양성했고,정년퇴직 후에도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60년간 수묵 풍경화를 고집한 데는 '한 우물만 파야 한다'는 소신이 자리한다.
"'오용길' 하면 딱 떠오르는 그림이 있죠. 한 우물만 파도 시원찮은데 이것저것 하면 그게 가능할까 싶었어요. 누가 뭐래도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것을 하자고 결심했지요. 그것만 하기에도 인생이 모자라요."
다만 그는 "그리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으나 근사하고 감동을 줄 수 있게 그리는 게 어렵다"고 말했다. 관람객의 발길을 절로 멈추게 하고 작품 속으로 끌어당기는 힘이야말로 그림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전시는 이달 18일까지.
[이향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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