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14 IDOPRESS
K그리드 최전선…효성중공업 美멤피스 공장 가보니
日미쓰비시 공장 인수해 가동
美 유일 초고압변압기 생산
"수십년 써도 고장 없이 안전"
신뢰 쌓이며 빅테크 러브콜
AI發 전력 수요 폭발 증가에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 겹쳐
효성 "2년내 북미 1위 도약"
효성중공업은 2019년 일본 미쓰비시가 사업 축소로 생산을 멈췄던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 변압기 공장을 인수해 2020년부터 다시 가동했다. 이후 현재까지 설비투자에 1억5000만달러(약 2000억원)를 쏟아부으며 미국을 대표하는 초고압변압기 공장으로 키워냈다. 연면적이 3만2500㎡에 달하는 공장에는 직원 400명 이상이 일한다. 한국인 주재원은 10명 내외로 나머지는 모두 현지 채용 인력이다. 현지 직원들이 '한국 기업'이 아닌 '미국 기업'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정도다.
공장에서 만난 직원 브라이언트 데이비스 씨는 "이제 전력은 미국에서 '쿨(cool)한 산업'이 됐다"며 "대학생과 직업학교 학생들이 견학을 오고 '이런 곳에서 일하고 싶다'는 반응도 쏟아지는데,예전엔 상상도 못했던 변화"라고 말했다.
미국 전력 산업은 현재 '슈퍼사이클'로 불리는 초호황기에 진입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전기차,신재생에너지 확산으로 인한 전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다. 여기에 1970~1980년대에 구축된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까지 동시에 맞물리면서 찾아온 흐름이다.
이 때문에 조현준 효성 회장이 직접 지휘한 효성중공업의 6년여 전 멤피스 공장 인수는 '신의 한 수'가 됐다는 평가다. 멤피스 공장은 현재 미국 내에서 유일하게 '765㎸ 초고압변압기'를 생산할 수 있는 곳이다. 기존 345㎸ 변압기 대비 5배에 달하는 송전용량을 갖춰 대용량 전력이 필요한 AI 데이터센터의 핵심 설비로 주목받는다. 효성중공업은 초고압변압기 주문이 폭증하면서 수주잔액이 10조원에 달하고,3년 치 일감을 이미 확보했다.
제이슨 닐 효성하이코(효성중공업 미국 현지법인) 법인장은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기존 345㎸ 송전망에서 765㎸로 업그레이드가 이뤄지고 있다"며 "xAI(테슬라가 세운 AI 회사)와 최근 대규모 수주 계약을 체결했고,구글·아마존 같은 빅테크들과 AI 데이터센터 관련 협상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변압기 조립 과정은 먼저 거대한 철심을 조립한 뒤 그 위에 구리선 코일을 정밀하게 감아올린다. 이어 절연체와 냉각장치를 비롯한 주요 부품을 순차적으로 결합한 뒤 외부 케이스를 씌우고 각종 연결부품을 케이스에 붙이는 순서로 완성된다.
효성중공업이 만드는 초고압변압기가 '귀한 몸'이 된 것은 무엇보다 높은 안정성 덕분이다. 조립을 마친 변압기는 낙뢰·지진 같은 극한상황을 가정한 내구성 테스트를 거친다.
효성중공업은 2001년 미국 시장에 본격 진출했는데,현지 공장을 세우기 전까지는 한국에서 생산한 제품을 미국에 수출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전개했다. 주요 고객사들은 "효성 제품은 설치 후 수십 년을 써도 문제없이 안정적으로 운영된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킴벌리 맥그래스 생산팀장은 "변압기는 30~40년 이상 써도 고장이 없어야 하기 때문에 자동화가 어렵고 사람이 직접 해야 하는 섬세한 작업이 많다"며 "보통 30가지가 넘는 시험을 거쳐 제품이 출하되는데,미국 기업들이 효성중공업을 계약 1순위로 꼽는 것은 무엇보다 제품이 고장 없이 안전하다는 '신뢰'를 얻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다양한 요구사항을 철저하게 적용하는 커스터마이징 전략도 미국 고객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만족시켰다. 무쿤드 바그와트 공장장은 "효성은 미국 시장에서 무엇보다 고객의 목소리(VOC)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프로젝트별로 고객이 원하는 전압부터 용량,설치 환경,부하 특성까지 세부 사양을 반영해 맞춤형 설계를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현지 생산거점을 보유하면 고관세·물류비 부담을 줄이고,미국 정부의 전력 인프라스트럭처 투자 정책에 발 빠르게 호응할 수 있다는 전략적 강점도 있다. 회사는 올해 전력 변압기 생산 규모를 50% 늘리고 직원 123명을 추가로 채용하기 위한 5000만달러(약 680억원) 수준의 확장 계획도 발표했다.
공장 증설을 통해 제너럴일렉트릭(GE),지멘스를 포함한 글로벌 강자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고,2027년 북미 시장 점유율 1위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다.
[멤피스 정지성 기자]
미국 전력 산업 슈퍼사이클 진입 배경은?
초고압변압기 현지 생산 확대가 북미 산업계에 미칠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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