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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옷 벗고 명동 거리에 금기 깬 몸부림 그리다

2024-10-31 HaiPress

국립현대미술관 '접속하는 몸'


구사마·박영숙·정강자·이불 등


亞 대표 여성작가 작품 130점

정강자 '명동'(1973) 국립현대미술관

때는 1970년대. 북적이는 서울의 명동 거리 한복판에서 한 여성이 상의를 탈의한 채 맨가슴을 드러내고 당당하게 활보하고 있다. 흰 벙거지에 한껏 펼쳐진 청 나팔바지를 입은 그녀는 한 손엔 핸드백,다른 한 손엔 스케치북 가방까지 든 세련된 모습이다. 특별한 개성이 느껴지지 않는 군중과는 확연히 대비된다. 주변의 시선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 여성의 주체적이고 당당한 태도를 드러낸 한국의 1세대 여성 화가 정강자(1942~2017)의 회화 '명동'(1973)이다.


'신체'의 관점에서 1960년대 이후 아시아 주요 여성 미술가들의 작품을 조망하는 대규모 기획전 '접속하는 몸-아시아 여성 미술가들'이 내년 3월 3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린다. 한국의 1세대 사진작가 박영숙은 물론 '점박이 호박'으로 유명한 일본의 구사마 야요이,일본 출신 비디오 아티스트이자 백남준의 아내 구보타 시게코,1990년대 페미니즘 미술을 주도하고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이불,떠오르는 젊은 설치미술 작가 이미래 등 아시아를 대표하는 11개국 60여 팀의 여성작가 작품 130여 점을 선보인다.


전시 제목인 '접속하는 몸'은 소통과 연대의 매개체로서 신체를 의미한다. 소주제에 따라 6부로 구성됐다. 1부 '삶을 안무하라'에서는 식민,냉전,이주,가부장제 등 아시아의 복잡한 근현대사 속에서 신체에 새겨진 삶과 경험을 표현한 작품을 선보인다. 일부는 가부장적인 사회에 도전장을 던진다. 여성주의 문화운동을 주도했던 박영숙이 김혜순의 시 '마녀 화형식'을 재해석한 사진 작품 '마녀'(1988)는 억압에 희생된 여성들을 위로한다.


2부 '섹슈얼리티의 유연한 영토'에서는 성과 죽음,쾌락과 고통 등 사회적으로 금기시된 영역을 다룬 작품들이 소개된다. 생명을 품는 자궁 속 태반을 여성의 신체 밖으로 꺼내 형상화한 미쓰코 다베의 '인공태반'(1961~2003)은 이번에 국내에 처음 전시됐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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